문화 2015.06.29 11:00 리스트로

[엄마를 잊는 것은 곧 엄마를 잃는 것이다]

Posted by 공군 공감




[15-1 공군 우수독후감 선발대회 최우수작] 

엄마를 잊는 것은 곧 엄마를 잃는 것이다.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16-2(병장 진재훈)



0. 들어가는 길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는 나를 쉴 새 없이 다그치고 몰아쳤다. 소설 속 ‘너’의 가슴 치는 후회와 자책은 곧장 소설을 읽는 나의 것이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이 흘리는 눈물은 지면을 넘어 나와 나의 얼굴에서도 흐른다.

그리고 그 눈물은, 누군가의 자식이기 마련인 인간이라면 응당 마음 속 안에 묻어두었던 엄마에 대한 부채(負債)가 울컥 샘솟은 것임이 분명하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드러나지만, 가족들은 엄마를 잃어버리기 이전에 엄마를 거의 잊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엄마의 실종을 계기로 ‘잃다’와 ‘잊다’가 같은 말이었음을 뼈아프게 깨닫는다. 소설은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라고 시작하지만 

실은 작가는 이 문장을 뜯어고치고, 가혹하게 나무라기 위해 그 뒤로 이어지는 책 한 권을 썼던 것이다. “너는 엄마를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평생을 가족에 대한 헌신과 배려의 고단한 노동으로 채워온 엄마를. 


그러나 당신은 아니라고 당당히 말 할 수 있는가. 사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나도, 당신도. 우리는 한없이 자책하고 눈물을 흘리며 우리의 같은 죄를 고해할 수밖에 없다. 



1. 군인이 되고나서 느낀 엄마의 부재(不在), 그럼에도 우리는…




 대한민국 청년들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군대에 가야 한다. 그들이 군문(軍門) 안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약 2년 동안은 그간 살아왔던 것하고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항상 전쟁을 상정(想定)하는 환경이니만큼 여기서 비롯되는 힘든 점도 여럿 있다. 그렇지만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이제 이들 곁에는 엄마가 없다는 사실이다. 

어려서부터 부모님, 특히 엄마의 보살핌 아래 마냥 편하게 살아왔던 아들들은 빨래, 청소는 물론이고 제반 생활을 스스로 해결하고 견뎌내야 한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거나 어려운 고민이 생겼을 때, 언제나 든든한 후원자이고 조언자이던 엄마의 존재가 아득히 그리워진다. 

20년 만에 비로소 엄마의 부재(不在)를 경험하는 순간이다.


 공군 훈련소에서는 효(孝)전화라는 이름으로 훈련병에게 엄마와 3분 동안 전화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그리고 이 날은 생활관 전체가 울음바다가 되는 길을 피할 수가 없다. 장성(長成)한 사내들 수십, 수백 명이 한날한시에 서럽게 우는 모습은 정말이지 

군대에서밖에 볼 수 있는 기이한 광경이다. 그들은 그제야 깨닫는다. 엄마가 곁에 없다는 건 너무 서럽다고. 


마침내 휴가를 나가는 날이 되어 꿈에도 그리던 엄마를 보게 되는 그들의 모습은 어떠할까. 

아마 많은 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가족들과는 같이 밥 한 끼 먹는 시늉이나 한 뒤에 애인 혹은 친구들을 만나러 전광석화처럼 사라질게다. 

얼굴만 떠올려도 눈시울을 적시며 오매불망 그리워지던 엄마가, 예전의 익숙함에 적응하자마자 머릿속에서 희미해지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왜 엄마에게 기대며 동시에 밀어내는 걸까. 세상 모든 자식들의 원죄일 것이다.




2. 엄마의 희생은 언제까지 계속되는가? 



 사실 엄마의 ‘희생’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는 않았다. 희생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내가 엄마의 삶을 짓누르는 고약한 짐이었던 사실을 자인(自認)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그 뒤에 쓰나미처럼 밀려올 자책감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나는 ‘희생’이란 단어를 쓰는 게 엄마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생각했다. 


인정하자. 우리는 언제나 엄마의 삶을 옭아매는 족쇄였다.

예나 지금이나 엄마들은 언제나 자식을 위하는 존재다. <맹모삼천지교>에 나타나는 엄마의 열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자식을 학원에 보내고자 결혼반지를 팔고, 좋은 교육환경을 위해서는 대출을 받아서까지 메뚜기 떼처럼 이사를 다니는 이 시대의 엄마들은 맹모(孟母)의 의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어디 그 뿐인가. 누구보다 큰 품으로 자식들을 감싸고 위하는 엄마의 삶은 시작도 끝도 없이 계속되는 이야기다. 


아침부터 밤까지 고단한 노동으로 집에 생기를 불어넣고, 태어나서부터 늙을 때까지 헌신과 배려로 자식을 챙기는 무한한 여정.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사실 엄마는 마르지 않는 사랑의 화수분이 아니다. 엄마도 사람으로서 엄연히 자신만의 욕구와 고뇌가 실재(實在)할 것 아닌가. 소설 속 엄마도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라며 한 가족의 엄마로만 살아온 세월에 대한 응어리를 풀어놓는다. 

엄마는 그 모든 것들을 자식들을 위해 기약 없이 묻어두니, 이것을 희생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외면할 수가 없다.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는 ‘나는 엄마의 자부심이다’라는 말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는 많은 아들·딸들이 엄마의 희생에 대한 부채의식을 자각해서가 아닐까 싶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엄마의 자부심일 수밖에 없다. 엄마는 우리를 위해 자신의 삶을 양보했으니까. 


오늘의 우리들 뒤에 빈껍데기가 되어 서 있는 엄마들로 인해 이루어낸 것들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3. 신경숙 작가가 <엄마를 부탁해>를 통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나는 작가가 소설 속 엄마의 삶을 이토록 불행하게 만든 이유를 알고 싶었다. 작가는 이를 <작가의 말>에서 잘 설명해준다. 

그녀는 한동안 슬럼프에 빠지자 고향집에 내려가 보름간의 휴식기를 보내게 되었다. 

그리그 어느 새벽 날 어머니 곁에 누워서 밤새 도란도란 이야기를 했단다. 

 그녀는 그 날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어머니가 아직 그녀 곁에 있다는 사실에 분명하고도 완전한 행복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 느낀 행복감을 그녀만 혼자 누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 누구에게도 아직 늦은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신경숙 작가는 우리에게 당신의 엄마를 소설 속 엄마처럼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잊고 있던 엄마를 기억하라는 메시지를 비꼬아 던진 것이다.

그리고 현재 군인 신분인 우리들은 누구보다 이 메시지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에 있다. 

우리는 엄마와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기에, 항상 엄마의 부재를 안타까워하며 그녀를 그리워하고 찾고 있지 않았든가. 

그렇다면 이제 엄마를 다시 기억하고 우리의 삶 속으로 모셔오자. 신경숙 작가는 바로 ‘우리’에게 엄마를 부탁했다. 

 



4. 군문(軍門) 안에 있는 모든 자식들에게 바란다.

 



 오래 전에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왕바다리’라는 토종벌의 일생을 다루어준 걸 본 적이 있다. 

어미벌은 한 해 동안 애벌레들을 어렵사리 키워냈는데, 그 해 겨울 아이벌들은 어미벌을 내버려두고 전부 자기 길을 찾아서 떠났다. 

그 큰 벌집에 홀로 남은 어미벌은 그렇게 외로이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나는 나의 엄마를 절대 그처럼 쓸쓸하게 만들진 않겠노라 생각했다. 

 언제든지 엄마와 이야기할 수 있고 그런 엄마가 존재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행운을 누리기는커녕 제대로 실감하지도 못한 채 살고 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긴 시간을 줄곧 그래왔기에 둔감해졌기 때문일까. 엄마의 희생에 익숙해져 있는 스스로에게 기가 막힐 따름이다. 

대체 언제부터 우리는 엄마를 머릿속에서 지워갔던 것인가, 엄마를 인간의 존엄 위에서 대하고 생각한 적이 있기는 했던가. 이러면 사람이 한낱 곤충과 다를 게 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세월이 지날수록 엄마는 우리의 삶에서 옅어져만 갔다. 자신에게 갖은 핑계와 변명을 대며 말이다. 

“어―어어어어” 그랬던 그들은 서울로 상경한 노모를 잃어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이 책을 읽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군문 안에 있는 모든 자식들에게 바란다. 집에 가게 되면 엄마의 손을 꼭 잡아드리자. 그리고 말하자. 엄마,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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