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2011.08.02 07:30 리스트로

[훈련백과사전] 화생방을 겪은 이들의 반응은?-아사리판

Posted by 공군 공감


아사리판
 공키피디아 - 입대장병 훈련백과

 


< 아사리판 : 질서가 없이 어지러운 곳이나 그러한 상태.>

 

 

 지난 2회에 걸쳐 인터넷과 인트라넷 공감을 통해 훈련단에서 화생방전 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때의 기억이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것은 필자만이 아닌 듯 하다. 인트라넷 공감을 통하여 많은 공군 병사들이 댓글로 자신의 가스체험 느낌을 표현해 주었다. 이번 공키피디아는 가스체험을 묘사하는 병사들의 재치있는 댓글과 더불어 화생방 훈련, 그 마지막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인디아나 존스


"오, 여기가 바로 가스실이군"

 방독면을 착용한 뒤에 - 마치 어드벤처 영화에서 어둡고 컴컴한 미로를 탐험하는 주인공의 마음으로 - 잔뜩 긴장감을 안은 채 가스실로 들어 갔다.
 <주1> 이윽고 마주하게 된 가스체험실은 작고 아담한 빨간색 방이었고, 그 안에서 교관과 분대장은 방독면을 쓴 채 단상 위에 서 있었다. 특이한 것은 분대장 중 한 명이 혼자 단상 밑에 놓여진 조그마한 알코올 램프에 뭔가를 올린 채 쉴 새 없이 부채질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필자가 들어갔을 때는 약 세 개의 분대가 다녀간 뒤였고, 그래서인지 이미 가스실 안은 누구의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침과 타액, 그리고 소량의 부침개(!?)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은 그야말로 인디아니 존스의 심정, 그리고 아사리판의 모양새였다.
 




아사리판  

 막상 CS탄이 가득한 곳에 들어갔지만 필자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물론 방독면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하지만 
방독면을 모두 다 가지고 있다 해서 가스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독면을 얼굴에 밀착시키지 않았거나 어딘가 허술하게 쓴<주2> 병사들은 남들보다 빠르게 고통의 시간에 돌입하기 시작한다. 주변에서 서서히 하나 둘 씩 켁켁거리는 기침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고, 방독면이 고장났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멀쩡한 자신을 발견한 필자는 "다행히도 나는 가스를 마셔도 아무렇지 않은건가?" 라는 바보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방독면을 '제대로' 쓰면,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

 방독면의 중요성에 대해 열심히 설파하던 화생방 교관은 이윽고 방독면을 모두 벗으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명령이 떨어지자 마자 방독면을 벗는 훈련병은 거의 없다. 조
금이라도 늦게 벗기 위하여 슬슬 서로의 눈치만 볼 뿐이다.
 하지만 한 번에 모두 벗지 않으면 벗지 않은 사람 때문에 나머지가 방독면을 벗은 상태로 더 오랜 시간동안 고통을 받아야 한다. 가스실에 들어가기 전에 모두들 서로...


" 우리는 같은 운명 공동체잖아! 서로를 믿고 한 번에 방독면 벗어버리자! "

 ... 라는 둥의 엄청난 전우애(?) 섞인 멘트를 퍼뜨리곤 하지만, 실제 상황이 되면 꼭 뒤늦게 벗는 훈련병때문에 고통받게 된다.





늘어진 콧물의 현수교 <주3>

가스체험은 누구나 울게 만든다.  (c) iMBC

 한 사람의 기관지에서 생애 처음으로 마주치는 정체모를 가스. 그래서 가뜩이나 정신 없는 훈련병의 신체를 교관과 분대장은 PT체조, 앉았다 일어났다, 군가 등으로 더욱 강하게 단련시킨다. 그리고 이를 통해 분비물은 더욱더 활발히 분비된다. 입에서 나오는 분비물은 말할 것도 없고 코에서 나오는 분비물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훈련병과 훈련병을 이어주는 눈물... 아니 콧물의 현수교를 만든다고나 할까?
 서서히 일그러져가는 표정, 그리고 서로의 표정을 보며 그저 웃고 마는 훈련병들.

 드디어 치열했던(?) 가스 체험이 끝나게 되면 팔을 양 옆으로 활짝 벌린 채 밖으로 나올 수 있다. 마치 옷에 묻은 뭔가를 털어내려는 듯한 모습으로 말이다. 밖으로 나와서도 한참동안 분비물을 흘려댄 후에야 서로의 만신창이가 된 얼굴을 보며 깔깔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화생방전 대비 훈련의 추억은 훈련단 생활, 그리고 그 이후에도 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뭔가 '해냈다'라는 성취감이 있기에.
 그리고 깨닫는다. 화생방 전의 무서움을.





반응




 2회에 걸쳐 소개되었던 가스체험과 관련된 에피소드. 그리고 그에 대한 병사들의 인트라넷 반응이다.
 가스체험 경험을 해 본 예비역이라면 자신이 겪었던 느낌과 비교를, 경험을 못 해본 분이라면 간접적으로 가스체험의 느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주4>


병장 노경민  -  입, 기도, 기관, 기관지, 폐 까지 이어지는 우리의 호흡기 구조를 몸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일병 김필준 - 라면스프를 코로 한 방에 훅 들이키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사 김   훈  - 부사후는 뜀박질 해서 (화생방 훈련장) 간다는... 게다가 도착한 뒤 무한 구보까지 뛰고 나면... (막상 화생방 할 때는) 내가 누구고 어디
                      있는지 모르지~
상병 최원형 - 어휴, 저 때만 생각하면...
상병 박상현 - 20대가 되어서 처음으로 울었던 기억이...
상병 김용하 - 자신의 허파가 어디에 어떻게 달려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입니다.
병장 이   진 - 대한민국 남자가 평생 3번 아닌 4번 우는 이유(가 바로 가스체험) 아닐까요...?
병장 문상윤 - 전 '지금의 고통을 기억해라!'는 (화생방 훈련장 안에서의) 구호가 생각납니다. 이 말을 해 주신 교관님의 성함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구호만큼은 가슴 속에 깊이 박혀 있습니다. '지금의 고통을 기억해라!'
상병 배민수 - 기훈단 화생방은... 정말 지옥이었다. 인생에 단 5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 시간은 이 때 뿐일듯?
병장 박준상 - 화생방, 듣기만 했을때는 '에이~ 얼마나 힘들겠어?'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재미있을 줄로만 알았는데... 진짜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병장 노경민 - 저는 화생방 훈련을 겪고 나서 처음으로 담배가 담백하다고 느꼈습니다. 







군대에 들어오면 종교가 바뀐다? 종교가 없던 사람도 새로 생기고, 심지어 모든 신(神)을 모두 믿기 시작한다는
미스터리한 이야기. 사실 그 시작은 '단 것'에서 부터 시작되었다는데...
공키피디아 다음 화, 삼가재상(三可宰相) 편에서 확인하세요!







<주1> 옆에 쓰인 사진은 인디아나 존스4 중 한 부분. (c)네이버 영화, Paramount Pictures
<주2> 목끈을 안 맸다던지, 턱끈을 세게 조이지 않았다던지, 정화통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았다던지, 아니면 진짜 고장이 났던지...
<주3> 이 주옥같은 한 마디는 인트라넷 공감에서 류영대 상사가 댓글로 남긴 것이다. 류 상사님, 감사합니다.
<주4> 병사들의 재미있는 댓글 중 맞춤법이나 뉘앙스를 약간 수정한 부분이 있다. 참고하시길.


집필자


                                                                                └─→ 군 생활이 가긴... 가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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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늘엔별

    아마 지옥이 있다면 바로 저럴 겁니다. ㅎㅎㅎ

    2011.08.02 07:48 신고
    1. 공군 공감

      지옥 간접체험이라고나 할까요?

      2011.08.02 09:39 신고
  2. 아이엠피터

    페북 페이지가 있었군요. 앞으로 딱 십만명만 채우세요 ㅎㅎㅎ

    2011.08.02 07:59 신고
    1. 공군 공감

      감사합니다^^
      피터님도 좋아요~ 눌러주세요!

      2011.08.02 09:39 신고
  3. 8월7일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ㅋㅋ

    2011.08.02 09:13 신고
    1. 공군 공감

      이제 화생방 이야기는 그만 하겠습니다..크크!

      2011.08.02 09:40 신고
  4. 노중위

    맹꽁이의 상병 진급을 축하합니다!

    2011.08.02 09:27 신고
    1. 공군 공감

      필, 승!

      2011.08.02 09:40 신고
  5. Hansik's Drink

    저도 옛생각 하며 읽으니 너무 재밌네요 ^^
    앞으로도 기대할께요 ㅎㅎ

    2011.08.02 10:10 신고
    1. 공군 공감

      감사합니다~
      다음 화는 좀 더 재미있는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2011.08.02 15:18 신고
  6. A-678

    저는 어릴적에 천식을 앓은 적이 있어서 열외하고 바깥에서 훈련을 마치고 나오는 동기들이 다른곳으로 뛰쳐나가지 않도록 인도하는 역할을 맡았었는데 잠깐씩 문열릴때 나오는 연기와 동기들의 혼미해진 모습만으로도 고통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었죠..ㅠㅠ

    뭐 자대에선 방독면 쓰고 들어갔다 쓰고 나오니 큰 어려움을 몰랐던 것 같고..^^;;

    그나저나 이번에 상병이시면 93기신가요?? 전역한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 가물가물.. 암튼 진급 축하드립니다!^_^

    2011.08.02 10:31 신고
    1. 공군 공감

      앗...감사합니다!
      678기셨으면... 예비역 되신지 정말 얼마 안되셨군요!

      2011.08.02 15:19 신고
  7. 달콤 시민

    아..정말 상상조차 하기 싫은 경험입니다..

    국군 장병분들이 고생하시는 걸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훈련이 아닌가 싶네요.

    2011.08.02 11:16 신고
    1. 공군 공감

      ^^;
      그래서 화생방과 관련한 이야기는 이 쯤에서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크!

      2011.08.02 15:19 신고
  8. 공감공유

    기억하기 싫은 .....ㅋㅋㅋ

    화생방 정말 최악이죠 ㅠ.ㅠ

    2011.08.02 16:24 신고
    1. 공군 공감

      최악은 아닐 지 몰라도 악은 분명...(?)합니다.

      2011.08.03 10:42 신고
  9. Tong

    과연 정답은 잘 착용해야한다이군요
    마스크를 벗을때 다른 동료를 생각해서
    빨리 벗어야겠네요~ 본능적으로 안되겠지만요~ㅎㅎ

    2011.08.02 16:57 신고
    1. 공군 공감

      아사리판이 될 가능성만 높아질 뿐입니다 흑...

      2011.08.03 10:43 신고
  10. 풀칠아비

    저는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방독면 벗는 것이 무슨 훈련이 되는지 ...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2011.08.03 02:30 신고
    1. 공군 공감

      가스체험을 통해 화생방전의 무서움을 아주 극히 일부분 깨닫게 해 주는 것이겠지요^^

      2011.08.23 08:24 신고
  11. 플티♡

    화생방 훈련이 훈련중에서도 최고로 힘든가봐요?
    전 군대를 안가봐서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하는이야기는 티비에서 보기만 해도 겁난다는.. ㅎㅎ

    공군공감님 반갑습니다.
    공군공감님은 현 군인이신거에요? ^^

    2011.08.03 03:18 신고
    1. 공군 공감

      현역입니다^^

      2011.08.03 10:43 신고
  12. 블로그토리

    공군도 가스실 체험하는구나..이제서야
    알고 갑니다...ㅎㅎ
    리얼한 간접체험기 재밌게 보고 가요.^^

    2011.08.03 06:26 신고
    1. 공군 공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2011.08.03 10:43 신고
  13. 블랙이글스

    현역으로 근무시 2번의 가스실 체험은 잊지못할 고통의 기억을을 남길만큼 충분했습니다.
    이젠 하고 싶어도 못하겠지만...

    2011.08.09 23: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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