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2010.06.03 11:00 리스트로

[비행을 말하다] 조종사가 되기 위한 첫 걸음

Posted by 공군 공감


조종사가 되기 위한 첫 걸음



알람이 울린다.
일어나야 하는데 자꾸 뒤척이게 된다. 아침잠이 많은 나로서는 참 괴로운 순간이다. 힘든 몸을 일으켜 세워 출근 준비를 한다.


오늘은 담당학생과 비행이 있는 날이다. 세 번째 비행!
아직은 서툴고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모르는 시기다. 나 역시 학생조종사였던 8년전에는 그랬다. 비행 스케줄에 내 이름이 있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무엇을 해야하나 걱정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내일 비라도 오면 얼마나 좋을까?’, ‘비행은 잘할수 있을까?’


기상 예보반에 몇 번이나 전화해서 내일 비온다는 얘기가 있으면 괜히 마음이 편하고 꼭 비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차피 해야 할 훈련인데 쓸데없는 걱정으로 시간을 많이 보냈던 기억이 난다.
조종사들은 예보에 민감하다. 특히 학생조종사들은 더욱 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담당학생과 비행 브리핑을 한다. 역시 모르는게 많다. ‘알면 교관이지 뭐..’
이것 저것 봐야할 것들을 말해주면서 오늘 비행에 대한 전반적인 것에 대해 브리핑을 한다.
잘 알아 들었다는 신호로 고개를 끄덕거린다. ‘정말 알아들었나?’ 혹시나 해서 물어본다.
역시...忍忍忍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


처음 겪는 일은 아니지만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든다. 담당학생이기에 특히 더욱 그렇다. 내 학생은 좀 더 잘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담당학생에 대한 나의 기대치가 높은건 아닌지 생각도 해본다. 쪼금 높은건 사실이다.^^
빨리 적응했으면 하는 바램을 뒤로 한 채 브리핑을 마친다.


잠깐의 휴식을 마치고 비행을 위해 STATION을 한다. 내가 처음으로 항공기에 탑승해 시동을 걸고 TAXI를 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생각했던 것 보다 시간이 빨리 가고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지 생각이 안날 만큼 긴장을 많이 했었다.
브리핑 때 교관이 실수를 많이 하는 것이라며 재차 강조했던 것들을 반복하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했지만 그게 현실이였다. 준비를 안한 것도 아닌데 실수를 하다보니 더 긴장이 되어 실수를 연발한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담당학생이 그러고 있다. 담당학생이 몇 년 뒤 내 자리에 있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내가 느끼는 것과 똑같을까? 아마도...

STATION : 비행을 위해 항공기 주기장으로 나가는 것(주차장으로 차를 타러 나가는 것과 같음)
* TAXI : 항공기가 지상에서 움직이는 것(도로주행)


3차원 공간속에서 생활한다는게 쉽지만은 않다. 가만히 있어도 어디론가 움직이기 때문에 빨리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엉뚱한 곳에 있게 된다. 자동차처럼 잠깐 세워 놓고 생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담당학생을 이해하면서도 많은 것을 요구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조종을 했으면 하는 바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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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홍유미

    일기처럼 글을 써 내려갔네요^^
    그래서 일반인도 더 공감이 되는 글 같아요~

    2010.06.03 16:30 신고
  2. 지나가는 사람

    근사하네요. 글 속에 담긴 곳곳의 진지한 위트 덕분에 두배로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2010.06.30 21:46 신고
  3. 성희

    우리애인 멋있네^^♡

    2010.12.06 10: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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