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2011.08.23 11:40 리스트로

[훈련백과사전] 종교행사는 훈련병들을 눈물짓게 한다?-삼가재상

Posted by 공군 공감

삼가재상 (三可宰相)
 공키피디아 - 입대장병 훈련백과 






< 삼가재상 (三可宰相) : 이러하든 저러하든 모두 옳다고 함. >
 



 당신은 기불릭이라는 말에 대해서 아는가? 처음 보는 단어일 테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기불릭이란 기독교+ 불교 + 가톨릭(천주교)를 합쳐서 한 단어로 줄인 말이다. <주1> 
 훈련병 마음대로 행동하다가는 훈련단 생활 내내 분대장과 조교에게 여러가지 지적을 받게 되지만, 훈련병의 선택이 모두 다 옳다쿠나 환영받는 시간이 유일하게 1주일 딱 한 번 존재한다. 지금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참여하는 '종교행사'와 관련된 기억들을 더듬어 보겠다.



 


종교

 대한민국 군인이라면 군(軍)에서 인정하는 종교(기독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의 의식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매주 주말마다 있는 각 종교별 정기행사와 더불어 - 하루 근무일과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 해당하는 - 수요일 및 기타 종교별 특별 절기행사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자대별로 종교행사 시간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며, 훈련단 - 그 중에서도 훈련병의 종교참석은 훈련 2주차(입대 3주차)부터 매주 일요일 오전마다 가능하다.




삼가재상

 훈련 2주차의 설레는 일요일 아침. 드디어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종교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날이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전천후에 속속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는 훈련병들. 전천후<주2> 안에는 크게 세 줄이 나뉘어져 있고, 맨 앞 줄에 서 있는 훈련병은 목이 터져라 큰 소리로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 불교는 이 쪽입니다! "   " 기독교 가실 분 이 줄 서세요! "   " 여긴 천주교 줄입니다! "

 
필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성당에서 활동했으므로 별다른 고민 없이 천주교(성당)로 가는 줄을 택했다. 하지만 평상시 종교를 가지지 않았거나, 가졌어도 그다지 깊은 신앙심이 없던 훈련병들은 세 갈래 길에서 깊은 고민에 빠지곤 한다. 결국 이들이 향하는 곳은 대부분 자신의 가장 친한 훈련병 동기가 이끄는 곳이다.
 몇 분쯤 지났을까? 분대장의 인원 파악 후 드디어 종교별로 제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종교시설은 기본군사훈련단에서 큰 고개를 한참동안 굽이굽이 넘어가야 만날 수 있는, 일명 '종교타운' 내에 위치하고 있다.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기독교(교회) 건물, 그리고 바로 우측의 하얀색 불교(법당) 건물, 그리고 가장 안 쪽에 위치한 무지갯빛 장식의 천주교(성당) 건물까지. 삭막한 훈련단의 건물 모습만 보다가 종교별 각양각색의 건물을 보니, 생소하기도 했지만 너무나도 반갑기 그지없었다. 



훈련병의 눈물

입대행사 날 입대장병과 그 가족들이 찍은 사진. (693th, 필자는 사진을 찍지 못했다.) (C) 비성대 성당

훈련단에 입대하는 날로 잠시 시간을 되돌려보자. 얼떨떨한 마음으로 처음 훈련단에 도착해서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일명 '군인 되는 분위기'를 흠뻑 느끼고 있을 바로 그 무렵. 큼지막한 카메라를 든 한 병사가 인파 속에서 조용히 나타난다. 그는 바로 훈련단 내에서 근무하는 군종병! 군종병은 입대장병과 그 입대장병을 배웅하기 위해 온 사람들의 마지막 인사를 한 컷의 사진으로 담는다. 영문도 모른채 환하게 웃으며, 혹은 잔뜩 언 채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그 이후 3주가 지난 시간. 그동안 너무나도 기다리고 염원하던 종교행사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다소 생소한 청년미사곡을 부른 뒤 신부님의 강론말씀을 들으려는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불이 꺼지더니 어딘가 많이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들이 슬라이드 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다. 그 사진들은 입대행사 전에 군종병들이 찍었던, 그리고 입대장병과 가족들은 영문도 모른채 찍혔던 바로 그 것이었다!

필자가 아주아주아주 어렸을 때 방송했었던 '우정의 무대' (C) iMBC

 계속되는 슬라이드 쇼. 그리고 사진에 찍혔던, 아니던간에 모든 훈련병들은 사진 속 입대장병의 모습에 급속도로 감정이입이 되기 시작한다. 내 주변에 항상 있을 것만 같았던 사람들이 지금 내 옆에 없음을, 그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들의 모습을 다시금 상기하다 보면 어느새 콧잔등 위로 뜨거운 뭔가가 몽글몽글 차오른다.

 고릿적 TV에서 방송했던 '우정의 무대' 따위의 위문프로그램을 보면 친어머니가 아닌 전우의 어머니를 보며 펑펑 울던 병사들의 모습이 자주 나왔다. 어렸을 때는 도저히 그 모습들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들의 눈물에 100%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찰나의 기회

사진 안에서 사람 찾는 것도 일이다. (C) 비성대 성당

 사진을 보며 우는 것이 병사들 뿐이겠는가. 훈련단 내에 위치한 각각의 종교가 운영하는 카페<주3>에 들어가면 훈련병들이 종교참석을 하고 있는 사진이 매주 업데이트된다. 곰신이나 훈련병 가족은 이 사진 속에서 자신의 아들, 남자친구의 얼굴을 찾느라 거짓말 조금 보태서 '눈알이 핑핑 돌 정도로' 고생한다. 수많은 사진 속에서 자신이 보고싶은 얼굴을 찾아야 하기에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닌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이따금씩 사수기에 올라오는 사연만 봐도 그들의 노고(!)를 짐작할 수 있다.

 종교행사가 끝나고 다시 생활관으로 복귀하는 시간. 훈련병들은 군가를 부르며 행진하는 와중에도 서로 다른 종교를 다녀온 훈련병에게 오늘 종참에서 있었던 일들을 꼬치꼬치 캐 묻는다. 그리고는 다짐한다. 다음 주에는 삼가재상하는 신(神)들의 컨셉에 맞게 다른 종교에도 가 보겠노라고. <주4>

 

종교참석은 훈련병 기수 별로 희비가 엇갈린다고 합니다.
예컨데 초코파이를 먹은 기수와 안 먹은 기수, 여고생의 댄스공연을 본 기수와 안 본 기수로 나뉘어 진다고 하는데....
다음 화 '바꾸이다' 편에서는 기수별 종교행사의 변화를 686기, 693기, 701기의 체험으로 나눠서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더위와 빗줄기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공키피디아! 다음 화를 기대해 주세요^^ 








<주1> 실제로 있는 단어가 아닌, 공키피디아에서 임의대로 만든 단어이다. 실제로 훈련단에서 쓰이는 단어가 아니므로 오해 없으시길!


<주2>
원래 뜻은 '어떠한 기상 조건에도 제 기능을 다할 수 있음'이라는 명사이나, 훈련단에서는 '비와 강한 햇빛을 막기 위해 설치된 지붕이 있는 넓은
           공간'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걸 천막이라 표현하기도 그렇고, 건물이라고 표현하기도 그렇고...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
 

<주3> 비성대 성당 : http://cafe.daum.net/BScatholic
           충국성불사 : http://cafe.daum.net/BSbuddha 
           비성대 교회 : http://cafe.daum.net/BSchristian

<주4>
하지만 필자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다소 보수적인(?) 사람이라 훈련단 수료때까지 천주교밖에 가지 않았다.
           그래서 준비했다~ 다음주 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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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티거

    아이고 옛날생각나네요 ㅋㅋ

    678기인 제가 기훈단때는 기독교는 간식을 많이주기로 유명했고 불교는 뮤직비디오와 무한도전을 보러 많이들 갔는데, 천주교는 상대적으로 간식과 즐길거리(?)가 부족했던 관계로 나중에는 순수하게 미사보러가는 훈련병들만 성당에 가곤 했었죠..^^;;

    자대에 와서는 저희 부대가 도서지역이다보니 상당히 작은 규모라 부대내에 교회밖에 없다보나 불교나 천주교는 근처 해병대로 가야해서 종참보다는 일주일을 정리하고 쉬러 교회에 많이들 갔었죠..

    또 신병이 오면 기훈단 종참에서 어떤 걸그룹 노래를 들었느냐로 '짬차이'를 가늠하기도 하고 어느 기수부터인가는 신병들이 종참에서 간식을 못받았다고 해서 충격을 받기도 했는데 아마 이런 얘기가 다음편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서 기대됩니다^_^!

    2011.08.23 11:49 신고
  2. Tong

    아 정말 훈련병 시절에 가족과 옆에 있었던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는 시간은 종교활동시간과
    취침시간인 것 같아요.

    2011.08.23 15:37 신고
    1. 공군 공감

      정말 중요한 두 시간이죠...^^

      2011.08.24 08:02 신고
  3. 리턴이

    어라 전 왜 사진이 안 보이는걸까요 ㅠㅠ

    2011.08.23 15:51 신고
    1. 공군 공감

      아아... 지금은 보시실라나요?
      사진 링크가 올바르지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2011.08.24 08:02 신고
  4. 하늘엔별

    좋은 사자성어 하나 배우고 갑니다. ^^

    2011.08.24 08:43 신고
    1. 공군 공감

      감사합니다...!

      2011.08.24 09:03 신고
  5. pennpenn

    초코파이도 먹고 댄스가수도 보면 대박이겠네요
    수요일을 보람 있게 보내세요

    2011.08.24 09:01 신고
    1. 공군 공감

      이런 걸 일석이조라고 하겠죠?

      2011.08.24 09:03 신고
  6. 화사함

    기불릭이라는 말이 새롭네요ㅎㅎ
    아래 사진이 안보이네요ㅠ

    2011.08.24 11:42 신고
    1. 공군 공감

      어라? 아직도 사진이 안보이나요?

      2011.08.24 13:05 신고
    1. 리턴이

      전 현재 사진 3개가 안 보이고 있습니다 ㅋㅋ
      아래 2개 위 우정의 무대 하나
      그냥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ㅋ

      2011.08.24 14:31 신고
  7. 쪼매맹

    잘보고갑니다~ 즐거운하루되시길~

    2011.08.24 14:35 신고
    1. 공군 공감

      쪼매맹님도 즐거운 시간 되세요^^

      2011.08.24 17:00 신고
  8. 블로그토리

    윗트 넘치는 글들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2011.08.24 15:04 신고
    1. 공군 공감

      감사합니다!

      2011.08.24 17:00 신고
  9. 아빠소

    대부분 군인들이 그렇겠지만 저도 불교,개신교,천주교를 다 돌아다녀봤습니다. 초코파이는
    교회에서 많이 줬고, 불교는 잠자기 좋았으며, 제일 인기없던 곳이 성당이었답니다.
    기도하는 중에 계속해서 앉았다, 일어섰다, 앉았다, 무릎꿇었다, 하다가 시간이 다 가버려서.. ㅡㅡ;;

    2011.08.24 16:12 신고
    1. 공군 공감

      아아.....그러셨군요....
      처음 경험하시는 분들은 다소 어색한게 당연할겁니다!

      2011.08.24 17:01 신고
  10. 블랙이글스

    저도 불교, 기독교를 가보았네요.
    초코파이도 많이 먹었고...법명까지 받았던 기억이.
    그 시절에는 영내를 벗어나는게 조그만 기쁨이었습니다.

    2011.09.01 15:17 신고
  11. 고이기

    울 아들은 공군 제대 했고, 제 동생은 현재 공군 재직중이라서,
    반갑네요 ^^
    여인네들은 잘 모르는 군대 소식을 볼수 있어 좋은것 같아요.
    내내 화이팅 하세요~

    2011.11.23 15: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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