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2011.10.26 07:30 리스트로

[훈련백과사전] 유격훈련, 그 전설의 시작-검질기다

Posted by 공군 공감


검질기다
 공키피디아 - 입대장병 훈련백과 






< 검질기다[검ː질기다] : (형용사) 성질이나 행동이 몹시 끈덕지고 질기다. >





 화생방, 행군에 이은 훈련단의 "3대 트리플크라운
<주1>" 훈련 으로 손꼽히는 유격훈련. 그래서인지 훈련병들은 유격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저절로 몸서리 쳐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유격'훈련' 자체는 별로 힘들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훈련병도 있다고 하는데....
 서로의 의견이 분분한 바로 그 훈련! 지금부터 유격훈련에 얽힌 오해와 진실을 풀어보도록 하자.




유격훈련

  유격을 한자로 적게 되면 놀 유遊에 칠 격擊. 한문으로 직역하자면 '놀고 때리기'라는<주2> 다소 생뚱맞은 단어의 이 훈련은 적지나 전열<주3> 밖에서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적을 기습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훈련을 뜻한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무너진 건물, 산 속 등 다양한 장애물/ 방해물 속에서 전투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전 대비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이 훈련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체조, 새천년 건강체조, 그리고... 

 처음으로 신병생활관에 들어온 훈련병들. 이들은 자신의 관물함에 전투복이 이미 두세 벌씩 걸려있음을 보게 된다. 하지만 걸려있는 옷들은 하나같이 죄다 3~4년은 족히 흙 밭에서 굴렀을 법한 전투복인게 아닌가? 이 때문에 몇몇 병사들은...
 
훈련병에게 이런 옷을 지급하다니... 병사들에 대한 대우가 고작 이건가?
 ...라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옷들은 신병에게 지급하는 - 고로 군 생활 내내 입을 전투복이 아니다. '재활용' 전투복이라 불리는 이 옷은, 일명 굴러다녀야 하는 훈련(?)을 대비하여 준비된 임시피복이다.

 드디어 유격훈련을 앞둔 전 날 저녁. 이 재활용 전투복을 처음 입게 될 기회가 생긴다. 내 몸에 딱 맞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입을만한 옷. 이 옷을 입는 방법도 일반적인 전투복을 입는 법과 다소 차이가 있다. 전투복 상의를 하의 밖으로 꺼내 입으며 탄띠 또한 겉으로 꺼내 입은 상의 위에 착용하게 된다. 하의의 아랫단은 벤딩 끝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아닌 전투화 바깥으로 덮어서(그냥 일반 운동화를 신 듯) 신게 된다.
 그런데 입는 순간부터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도대체 얼마나 훈련을 시키려고 하길래 얼룩무늬 군복 색깔이 하얗게 바라고 군데군데 낡아 헤진 이런 옷을 입히는 걸까?




유격체조

유격체조에 한창인 훈련병들.

유격훈련은 어쩌면 수많은 장애물을 넘기 위한 훈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적당히 몸을 풀어놓지 않으면 그만큼 사고가 나기 쉬운 훈련이다. 이는 유격훈련을 위한 체조가 따로 준비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육군에서 PT체조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유격체조'는 유격훈련의 준비운동으로써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근육과 관절을 풀어줌으로써 갑작스런 충격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며, 신체의 근육을 발달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긴장한 나머지 괜히 장애물 앞에서 몸에 힘이 들어가면 다치기 십상'이라며 온 몸에 힘을 완전히 쫙 뺄 수 있도록 친절하게(?) 유격체조를 가르쳐 주는 분대장들. 유격체조는 유격훈련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이렇게 온 몸을 완전히 풀어주는 장점이 있으나, 대부분은 너무 과도하게 풀어줄 때가 많다. 
 유격체조는 총 16가지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훈련병은 이를 모두 배우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엑기스 동작만을 따로 뽑아서 배우게 된다. <주4> 16가지의 동작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중요하게 봐 두어야 할 동작은 굵은 글씨로 표시해 두었다.]

높이 뛰기 - 굽여 닿기 - 엉덩이 올리기 - 쪼그려 뻗치기 - 쪼그려 굽히기 - 팔벌려 뛰기 - 옆구리 운동 - 온 몸 비틀기 - 쪼그려 앉아뛰며 돌기 - 몸 뒤로 젖히기 - 쪼그려 뛰기 - 몸통 비틀기 - 팔 벌려 발 닿기 - 팔 동작 몸통 받쳐 - 노 젓기(배 접기) - 엎드려 쏴

 [높이 뛰기]나 [굽혀 닿기], [팔 벌려 뛰기] 같은 동작은 체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단순한 난이도를 나타내지만 [온 몸 비틀기]나 [앉아뛰며 돌기], [엎드려 쏴] 동작같은 경우는 훈련병들의 인내심과 극기력을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순서가 되어 줄 것이다. 특히나 모든 병사들이 피하고 싶은 순서는 8번이라는데.....





순간이동! 괴성박력!

드디어 총 6시간에 걸쳐서 진행되는 유격체조 실습시간이 돌아왔다. 필자의 유격훈련기간은 태양볕이 제법 강렬했기에 전천후 내에서 수업이 진행되었다. 교관님의 설명을 듣고 분대가 움직일 때마다 "유격, 유격, 유격대!"라는 -유격훈련 때 쓰는 새로운 구호를 외치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먼지가 폴폴 일어 앞이 한 치도 안 보이는 장관을 이루었던 전천후 내부.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평상시에는 '동작신속! 대성박력!'이라면
유격훈련기간에는 '순간이동! 괴성박력'입니다!

 
.. 라며 평상시보다 더욱 열을 내는 조교와 분대장들 덕분에 훈련병들은 더더욱 긴장감을 놓지 못한 채 여기저기 동분서주(東奔西走)하곤 한다.
 

교관과 분대장이 유격체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얼핏 봐도 죽음의 8번 동작이다.

 이윽고 시작된 유격체조. 비교적 쉬운 난이도의 높이뛰기 동작에 이은 5번 동작은 말이 '쪼그려 굽히기'지 그냥 기마자세나 다름없었다. 계속 된 팔벌려 뛰기 동작. 동작 자체는 쉽지만 정신을 잠시 내려둔(?) 몇몇 훈련병 덕택에 마지막 숫자 말하기 미션을 항상 실패하고야 만다. 실패하면 미션은 점점 어려워 지기에 -실패시마다 절로 나오는 탄성과 따가운 눈초리는 나의 실패가 곧 내가 공공의 적이 되는 지름길임을 절실히 깨닫게 해준다. 짝수 번 숫자 말하지 말기, 3의 배수 숫자 말하지 말기 등등... 난이도가 상승하면 할 수록 내가 유격체조를 하는지, 구구단을 외자! 게임을 하고 있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말로만 듣던 문제의 '유격체조 8번'! 온 몸 비틀기 단계에 돌입한다. 바닥에 누워서 팔을 좌-우로 펼쳐서 몸을 지탱하고, 다리는 몸과 대칭하여 90도로 세우며, 고개는 들어서 자신의 허벅지를 바라보는 자세가 이 동작의 준비자세다. 교관의 구령에 맞춰 다리를 좌우로 약 60도 가량 비틀어주되 시선은 다리가 기울어진 방향의 반대쪽을 바라보는게 포인트.
 이 동작을 직접 해 보면 알겠지만, 단지 보거나 글로 읽었을 때의 생각과는 다르게 어마어마한 운동량을 자랑하는 동작이다. 저질 체력의 필자 또한 이 동작을 하면서 "드디어 훈련단에서 몸짱이 되어 나가겠구나!"라고 생각했을 정도니 말이다.<주5> 이렇듯 약간의 뿌듯함도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가 하늘로 솟아 오를 때마다 온 몸의 혈관들이 "왜 자꾸 중력의 순리를 거스르려 하느냐!"며 아우성치는 소리가 귓전에 울리는 듯 했다. 역시 운동은 평상시에 꾸준히 해 줘야 한다!

 유격훈련이 끝난 후에도 뭔가 잘못을 했거나 체력단련이 필요할 때(?) 종종 이 유격동작 8번을 실시하곤 한다. 자대배치를 받고 나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인지 숫자 8, 순서 8번은 때때로 공군 병사들에게 훈련단 시절, 유격훈련장의 기억을 다시 되살려줄 되감기 버튼이 되어 주기도 한다.



고된 유격체조가 끝나면 수많은 장애물들이 훈련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희미한 기억 속에 있는 '유격랜드'!  유격훈련장에서의 더 많은 에피소드는 다음 화 "새옹지마" 편에서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주1> 야구용어. '트리플 크라운'은 타율-홈런-타점 등 공격 주요 3개 부문을 동시 석권하는 것. 즉, 타율 홈런 타점 3관왕을 일컫는 말로, 타자로서는 최고영예다.

<주2> 혹은 때리며 논다?

<주3> 전쟁에 참가하는 부대의 대열

<주4> 시간상의 문제인지, 아니면 병사들이 모두 다 못버텨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부사관-장교-사관생도는 16가지 동작을 모두 배운다고 한다.

<주5> 하지만 항상 생각과 현실은 따로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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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이너스™

    잘보고갑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2011.10.26 08:11 신고
  2. 한량이

    유격이 놀고 때리기라니.. 여지것 그 말을 왜 찾아보지 않았을까요.

    10분에 한번씩 인간의 고통을 느끼게 하는 유격이 가끔 그립습니다.ㅎㅎ

    2011.10.26 09:44 신고
  3. 티거

    어라.. 저희땐 16동작 다 배웠던걸로 기억하는데.. 8번을 더 많이 시키기 위해 다 안배우는걸로 바뀌었나보네요..흐흐

    2011.10.26 09:46 신고
  4. 와이군

    유자가 놀유자였군요~
    잘 봤습니다 ^^

    2011.10.26 13:54 신고
  5. 전설의 성웅

    본문에 3번 각주가 두번 있습니다. 고쳐주십시오.

    2014.11.11 02:50 신고
    1. 공군 공감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4.11.11 13: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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