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2011.11.22 07:30 리스트로

[훈련백과사전]민간인들은 상상하기 힘든 훈련소 식당 풍경-인기하다

Posted by 공군 공감

인기하다(忍飢--)
 공키피디아 - 입대장병 훈련백과 






< 인기하다(忍飢--) : 배고픔을 참다.>




 학창시절 -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기까지 5분 정도 남은 상황.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밥을 일찍 먹기위한 몸부림으로 가득찬 교실의 풍경은 마치 폭풍전야의 분위기이다. 아이들의 몸은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온 몸을 문 쪽으로 기울인 채, 온 신경을 종소리에 곤두세우고 있다. 센스만점인 선생님은 이런 아이들을 위해 수업을 5분 일찍 끝내주시기도 하셨지만, 오히려 괘씸죄로 5분 늦게 끝내주는 선생님도 계셨었다.
 점심을 조금이라도 빨리 먹기 위해 책상 뒤로 다리를 하나 씩 빼 두던 기억들. 그렇다면 과연 훈련소 내에서도 '남들보다 밥 빨리먹기' 라는 것이 가능할까?
 아주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내심을 발휘하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던 훈련단에서의 식당 이용법에 대해 알아보자.









대.성.박.력.동.작.신.속.
  훈련병들이 주로 식사를 하는 대식당 앞. 학과를 끝낸 훈련병들이 행렬을 유지하면서 속속 전천후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각자 자기가 들고온 가방 (일명 '학과장 백bag')이나 군장류를 소대깃발 아래에 내려놓는 이들. 하지만 아무렇게나 팽개쳐 두는 것이 아니라 '오와 열'<주1>을 맞춰서 가지런히 내려놓아야 한다. 특히 군장류나 총기류를 내려놓을 때는 나름의 방법이 있는데... 참 깔끔하게 정리가 가능한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아무튼 정리방법은 원활한 훈련단 생활을 위해 반드시 숙지해둬야 한다.

 훈련병들은 대식당으로 진입하는 길 입구에 4열 종대로 줄을 선다. 그리고는 분대장의 지시에 따라 '대성박력 동작신속!' 이라는 구호를 쩌렁쩌렁하게 외치며, 구호소리에 따라 발을 맞춰 걷기 시작한다. 전체적으로 속도가 너무 빠르다거나 훈련병끼리 걸음걸이가 맞지 않으면 분대장의 불호령과 함께 가장 늦게 밥을 먹는 소대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매우 허기진 훈련병들의 심리적 상태 덕분인지, 이들이 멘트의 속도는 외치면 외칠수록 점차 자동 빨리감기(FF▶▶)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해서 식당 입구의 세면시설에 도착하게 되면 훈련병은 손과 몸에 묻은 흙을 깨끗이 닦아낸다. 그리고 나서야 기다리고 기다리던 식사를 금방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군인스타일

내가 먹고싶은 양과 실제로 받는 양은 왜이리 차이가 나는 걸까? 물론 자대배치를 받은 지금도...

 한 기수당 천 명이 넘어가는 인원. 따라서 식사를 배급받는데는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그렇다고해서 식사를 기다리는 식당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고 가는 대학교 구내식당 정도로 생각해서는 큰 코 다칠지도 모른다.
 식사 전 배식 대기시간동안은 반듯하게 선 채로 주먹을 꽉 말아 쥐고 대열을 흐트리지 않은 상대로 있어야 한다. 간혹 짝다리를 짚는다던가 주위 사람과 잡담을 하게 된다면 분대장의 지시로 식당 안에서 지루하게 대기하는 훈련병들에게 크나큰 볼거리를 제공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주2>
  따지고 보면 별 것 아닌 규칙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훈련병들 스스로 습관처럼 몸에 베어있지 않기 때문에 분대장들에게 매우 빈번하게 지적을 받곤 한다. 그렇기에 훈련단 생활 초창기 식당 안은 훈련병들을 교육시키는 분대장들의 고함소리로 분위기가 살벌하기 그지없다.

에이~ 조금만 더 주세요! 이건 양이 너무 작잖아요!

 어느덧 힘든 기다림의 순간이 끝나고... 드디어 식판을 만져라도 볼 수 있게 된 훈련병. 하지만 이 순간부터는 본인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음식의 배식량에 따라 일희일비<주3>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기 때문에!
 특히나 해당 식사시간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일명 '메인 메뉴'의 배식량에 따라, 사회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뭔가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분노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예컨데 다른 훈련병보다 약간 많은 양을 받게 되었을 때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배식을 받게 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다른 훈련병보다 같거나 적은 양을 받게되어, 이에 따른 엄청난 짜증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주4>






식사예절

무질서 해보여도 사실은 무진장 질서정연하게 먹고있는 중이다.

 음식을 배식받았다고 해서 훈련병이 식사시간에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일단, 아무데나 가서 앉아 먹는 것이 아니라 분대장의 지시에 따라 지정된 좌석에 빈틈없이 차곡차곡 자리를 채워앉아야 한다. 훈련병들이 식사하는 테이블은 하나당 여섯 명이 앉을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 각 테이블 별 가장 먼저 도착한 훈련병은 나머지 다섯명이 모두 도착할 때까지 서 있다가 인원이 모두 채워지면 다음과 같은 멘트를 해줘야 한다.

[ 동작그만! - 탈모! (모자를 벗는 동작) - 책상밀착 - 의자밀착 - 한 손 파지<주5> - "국민의 정성어린 음식을!" - "감사히 먹겠습니다!" - "음식을 남기지 맙시다!" - 식사 시작!]

 단순히 음식을 먹을 때에도 어디서 뚝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땀과 정성이 주는 것임을 상기하고 감사히 먹겠다는 군인의 자세. 훈련단에서는 체력적인 면에서도 강해지지만 이렇듯 정신적인 면에서도 한 층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어주지 않나 싶다.

 식사가 끝난 후에도 마구잡이로 나가는 것이 아닌 "착모"와 "식사 끝 퇴장"이라는 테이블 리더(?)의 멘트가 있어야 나갈 수 있다는 점. 명심하자!





 비만,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으며, 신체 모든 기관을 활성화시키고 강화시켜주는 운동-
 바로 달리기인데요.
 물론 비만, 당뇨, 고혈압은 예방할 수 있겠지만 - 그러기 전에 숨이 차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 때의 강렬했던 기억들.
 구보와 관련된 이야기가 다음화에서 펼쳐집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주1> 횡(橫)대와 종(縱)대

<주2> 예를 들면, 큰 소리로 "식당예절을 지킵시다!"를 외치며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등의 벌칙을 받게 될 수 있다.

<주3> 一喜一悲 [일희일비] : 기쁜 일과 슬픈 일이 번갈아 일어남. 설마 이 말을 모르는 공군병사는 없겠지?

<주4> 희한하게도 이러한 감정은 자대배치를 받은 이후에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걸까? 아님 원래 배식량이 적은걸까?

<주5> 식판이 흔들리지 않게 밥(국)이 있는 식판 밑 부분을 한 손으로 받치는 동작. 한 손의 엄지와 검지를 90˚로 만드는 것이 포인트!
           예전에는 '왼손 파지'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나, 최근에는 왼손잡이 훈련병을 고려하여 한 손 파지로 바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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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티거

    아 ㅋㅋㅋ 밥먹기전에 총기 피라미드로 세우던거 생각나네요.. 자대에 온 신병들한테 왼손파지 안하고 먹냐고 장난치던 것도..ㅋㅋ 다음화도 기대할게요!

    2011.11.22 12:41 신고
  2. 블랙이글스

    옛날 기억나네요.
    먹고 돌아서 나오면 배고팠던 시절. 벌써 20년전의 추억이네요~~~

    2011.11.23 00:30 신고
  3. 불쌍한 군바리

    공군제대 한지 몇 년 됬지만 내 평생 잊지 못할 냄새.
    진주 교육사령부 가입교 첫 날 사복입고 저녁먹으러 식당에 갈 때 저 멀리 풍겨오는
    솔직히 말하면 역겨웠던 짬밥 냄새. ㅋ
    집에 가고 싶더라구요.
    뺑뺑이 돌기 시작하면서 부턴 없어서 못 먹었지만.

    2011.12.14 14: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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