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2012.02.02 07:30 리스트로

[훈련백과사전]생리현상과 사투를 벌인 훈련병!-필부지용

Posted by 공군 공감

필부지용(匹夫之勇)
 공키피디아 - 입대장병 훈련백과 






< 필부지용 (匹夫之勇) : 하찮은 남자의 용기라는 뜻으로                                                    
                           소인(小人)이 깊은 생각없이 혈기만 믿고 함부로 부리는 용기를 이름. >






 각개전투 교육이 임박한 2010년 10월의 어느 날. 필자는 왼쪽 가슴에 아로 새겼던 '손바로크'<주1>가 삐죽 뜯어져 주섬주섬 바느질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갑자기 나오는 집합방송에 부랴부랴 군장을 챙겨나온 필자는, 그만 자그마한 일을 미쳐 해결하지 못하고 나왔다. 다른 말로 설명하자면 '사소한 볼일'을 해결하지 못한 것! 
 당장에라도 손을 번쩍 들고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미리 해결하지 않고 왔다며 분대장에게 구박받을 것이 뻔한 상황이었다. 이 때 갑자기 드는 생각. "과연 사람은 볼일을 얼마나 참을 수 있을까?"
 이렇게 철딱서니 없는 호기심은 (하필이면) 각개전투시간을 만나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이루게 된다. 지금부터 필부지용을 펼친 한 병사의 각개전투 체험기를 함께해보자. 






난 할 수 있어

사진에 나온 건물이 실제 각개전투장 화장실이다. 진작에 갔었어야 했거늘...

 사실 각개전투장으로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생리현상이 매우 급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각개전투장을 향해걷기 시작하면서, 움직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리고 각개전투장에 도착해서 이런저런 유격체조와 -유격체조와 -유격체조 -그리고 유격체조를 받은 뒤(관련글 : 『남다』훈련병들은 각개전투장에 흔적을 남긴다? )부터는 서서히 인체 내 복부(腹部)에 위치한 댐(Dam)의 수위가 점점 높아져 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 후 첫 번째 휴식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드디어 화장실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격렬한 유격체조를 끝마치고 난 뒤라, 너무 힘든 나머지 생리현상이 급한 것도 잊어버리고 움직이지 않은채 멍하니 쉬고만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하늘이 내려준 첫 번째 기회를 무참히 날려버렸다. 

 서서히 각개전투 훈련의 서막이 올랐다. 이 시간에는 약진, 굴진, 포복 등 실제 전쟁 시 쓰이게 될 여러가지 동작들과 더불어 - 그동안 배웠던 집총제식과 사격자세들을 모두 사용하여 전천후와 각개전투장에서 훈련받았다.





포복

 생리현상으로 인해 고통을 받던 필자를 가장 괴롭혔던 고난(苦難)의 동작은 바로 '포복' 자세였다. 땅과 복부가 밀착될 때마다 뭔가로 꽉 차 있는 물풍선이 짓눌리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랄까? 특히나 철조망이 쳐져있는 장애물을 통과하기 위해 기어서 전진하는 코스에서는 전날 약한 비가 왔기 때문인지 물이 고여있었다. 서서히 젖어드는 재활용 전투복과 온 몸에 느껴지는 돌멩이의 감촉. 그리고 다음 장애물을 향해 기어가기 위해 엎드린 채로 무릎을 올릴 때마다 서서히 엄습하는 악마의 속삭임.<주2>
  하지만 필자가 누구인가? 그 어렵다는 공군에 입대하기<주3>라는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대한건아가 아닌가! 그까짓 소변이 나의 하복부에 집중되어 있는 의지를 꺾을 수 있을쏘냐.

 이 정도 고비쯤은 이겨내 줘야 훗날 사회생활을 하면서 힘든 일이 닥쳐와도, 훈련소의 기억을 더듬으며 소주 한 잔에 웃으며 털어버릴 것이 아닌가...

...라는 드라마같은 상상을 하며 생리현상을 잘 이겨낸다.
 
 약진, 굴진, 포복, 수류탄 투척 등 각개전투코스의 모든 단계를 거치고 난 뒤 맨 마지막으로 만나는 것은 '백병전'이다. 장애물을 사이에 두고 서로 총격전으로 대치하던 병사들이 장애물을 빠져 나와 실제로 총검술등을 통해 싸우는 단계라고 보면 되겠다. 훈련장에는 실제로 재활용군복에 방탄모를 씌워놓은 허수아비가 놓여져 있는데 이 허수아비를 강하게 타격하면 각개전투코스가 모두 종료되는 것이다.

 온갖 고난을 뚫고 드디어 마주친 허수아비를 있는 힘껏 내리친 필자. 북한군을 보며 느낀 살의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너무나도 나약한 내 자신을 향해 내던지는 자책의 한 방이었을까. 





필부지용의 결과


 각개전투코스를 두 번이나 돌고, 몇 번의 휴식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화장실을 갈 타이밍을 놓쳐버린 필자. 하지만 마침내 4시간의 오전훈련일과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까지 무사히 생리현상을 참아내게 되었고, 필자는 스스로가 너무너무 자랑스러웠다. 이제 몇 분 뒤면 (각개전투장 화장실보다) 깨끗한 생활관 화장실에서 인체 내에 고농축된 이뇨작용의 결과물을 자연분사할 수 있겠지.

요렇게 생긴게 에어건(에어컴프레셔).

 하지만 이런저런 희망적인 꿈을 안고 있던 필자를 좌절하게 만든 사건은 결국 에어건<주4>이 위치한 장소에서 발생하고야 말았다. 훈련으로 더럽혀진 전투복과 총기를 에어건을 이용해 털어내는 와중에, 훈련소대원들에게 배려심 넘쳤던 한 동기가 필자의 옷에 에어건을 '악의 없이' 쏴 준 것이다. 가뜩이나 움직임 하나하나에 매우 조심스러웠던 필자는 예측하지 못했던 친절에 그만... 

 그 후에 어떻게 되었냐고?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액체들, 그 액체들을 남자의 신체적 구조를 이용해 물리적으로(!) 막고선 연습용 총기를 동기에게 맡긴 채 부리나케 줄행랑쳤다. 분명 대열을 이탈해 단독행동을 한 것이므로 분대장에게 어마어마한 동기부여를 받을 것임을 직감했지만 이미 그 때 당시는 이성이 필자의 몸을 지배하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무작정 화장실을 향해 뛰어갔다.
 불쌍해 보였는지, 아니면 눈치를 못챘는지 분대장을 포함하여 필자를 막아서는 그 어떠한 것도 없었고<주5> 덕분에 속옷에 '그 액체'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어려운 미션을 성공시켰다.





- 훈련단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군가가 불려집니다. 여러분은 어떤 군가가 가장 마음에 드셨나요?
진짜 사나이? 푸른 소나무? 전우? 아니면... 혹시 "훈련단가(歌)"?
 다음 화 [군가 스페셜]에서는 온갖 걸그룹의 노래때문에 잠시 잊고 지냈던 군가를 다시 되새겨보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자, 다 같이 군가 부를 준비 되셨나요? 행진 간에 군가한다. 군가제목~
 




<주1> 장인..아니 군인의 손길로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바느질을 한다-는 뜻의 군대 은어. 
         '오버로크'('휘갑치기'가 올바른 표준어임) + '손'의 합성어.

<주2> 이제 그만 힘을 풀어 보아요♪

<주3> 요즘 공군 입대가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를 대학교 후배들에게 자주 듣게 된다. 근래에 공군 들어가기는 그야말로 대학입시 뺨친다나 뭐라나.
 

<주4> 몸이나 총기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바람을 강하게 내뿜는 기계를 훈련단에서는 '에어건'이라고 부른다. 바람을 내뿜는 곳의 모양이
          총모양이라 이런 별명이 붙여진 것 같다. 정식 명칭은 에어 컴프레셔(Air-compressor)

<주5>  있었어도 뿌리쳤을 것이다.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1. 티거

    ㅋㅋㅋ 아 긴박감이 전해져오네요..

    에어건을 대체 어디다 쐈길래..ㅠㅠ

    2012.02.02 09:53 신고
  2. Goal-oriented

    꼭 급할 때마다 이럴 때가 있더라구요.....
    참 기억에 남으실 만하겠네요...

    특히 날씨가 많이 추워져가지고 하루에 화장실에 두세번 갈 때가 많아요..
    제대한지 2년 다되어가지만, 저 아직까지도 훈련병 시절과 특기학교 때 시절이 그립습니다.

    2012.02.02 11:03 신고
    1. 공군 공감

      훈련단에서는 방광이 작아지는 마법이라도 걸리게 되는 걸까요? ㅠㅠ

      2012.02.02 16:29 신고
  3. 신기한별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2012.02.02 16:08 신고
    1. 공군 공감

      댓글 감사합니다^^

      2012.02.02 16:29 신고
  4. 너돌양

    잘 보고 갑니다. 남은 하루 힘차게 보내세요

    2012.02.02 18:00 신고
    1. 공군 공감

      너돌양님 방문 감사합니다~

      2012.02.03 08:59 신고
  5. 용작가

    군가하면... '독사가', '전우', '전선을 간다'가 좋았던거 같아요 ㅎㅎㅎㅎ
    독사가는 모르는 사람이 많을듯... ^^

    2012.02.02 18:58 신고
    1. 공군 공감

      독사가.... 잘 모르겠네요! 어떤 노래죠?

      2012.02.03 08:59 신고
    1. 용작가

      검푸른복장 삼킬듯 사나워도 나는 한마리 독사같은 사나이
      막걸리 생각날땐 흙탕물을 마시고 사랑이 그리울땐 일만이만 헤아린다... 뭐 이런 가사의 군가에요 ㅎㅎㅎ;;
      기억이 가물가물 ㅋㅋㅋ;;

      2012.02.03 09:49 신고
  6. 김팬더

    멋지네요..! 역시 대한민국의 자랑 공군답네요~!^^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2012.02.02 21:59 신고
    1. 공군 공감

      감사합니다^^

      2012.02.03 08:59 신고
  7. CANTATA

    여기가 그 유명한 공군 공감이군요 ㅎㅎ
    작년 7월까지만해도 인트라넷 공군 공감 참 많이 이용했었는데...
    반갑습니다.

    2012.02.02 22:52 신고
  8. 와이군

    와~ 글로만 읽어도 처절합니다 ^^;

    2012.02.04 03:05 신고
  9. 658

    똥싸고싶은데 조교는 안보내 주지 용무 방법은 생각안나지 어우...

    2014.08.11 22:22 신고
    1. 공군 공감

      훈련때가 번뜩 생각나게 됩니다^^

      2014.08.20 09:44 신고

댓글 남기기

포스트 보기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