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2012.02.28 07:30 리스트로

행군 군장. 뭐 이리 많이 싸?『복잡다단하다』

Posted by 공군 공감


복잡다단하다(複雜多端--)
 공키피디아 - 입대장병 훈련백과 





< 복잡다단-하다 複雜多端-- [복짭따단하다] (형용사) :
일이 여러 가지가 얽혀 있거나 어수선하여 갈피를 잡기 어렵다.
>


 빠르게 빠르게, 더 빠르게! 뭐든지 빠른게 미덕인 요즘 세상이다. KTX덕에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되었고 왠만한 곳에는 대중교통이 잘 연결되어 있어 심하게 걸을 일이 거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사회에서와는 달리 군대에서는 느린 생활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행단의 경우 넓디 넓은 영내를 다니는데엔 자전거가 필수다. 하지만 만약에 자전거가 없다면? 별수 있나... 느린 생활을 즐겨야....

 특히 훈련소에서는 바로 '이 훈련' 덕택에 Slow life를 맘껏 누릴 수 있다. 훈련은 느리지만 고통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오는 그 훈련! 지금부터 공키피디아와 함께 고된 '행군'에 돌입해보자. 모두 군장 잘 챙기고 따라오시라... 웃챠!




행군

천안함 1주기를 맞아 무장행군을 하고 있는 17전비 장병들 (c) 국방일보

 행군은 군대(軍隊)가 무리지어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을 뜻한다. (설마 모르는 사람 없겠지?) 공군 훈련단에서는 훈련의 막바지인 입대 5~6주차에 주로 실시하며, 산악 및 일반 포장도로를 행군하게 된다. 복장은 전투복 완전군장에 '어깨 걸어 총' 자세로 하게 된다. 
 행군 중에는 괜히 조금만 힘들다 싶으면 물을 먹고 싶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물을 몽땅 마셔버리면 탈수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잦은 음수(飮水)를 지양하며 훈육관에 지시에 따라 음수한다. 또한 산악 행군시 발목에 부상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전투화 끈을 반드시 단단히 조여매야 한다. 
 행군코스는 매 기수마다 차이가 있지만 주로 훈련단을 내려다보고(?) 있는 월아산 정상을 정복하는 경로로 가게 된다. 따라서 훈련단에 들어온 뒤 처음으로 군 부대 밖을 나가는 가슴떨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때 자칫 대민마찰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으므로 가급적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도록 교육 받으며<주1> 자신이 공군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행동하도록 한다. 






짐 줄이기 프로젝트 
 행군은 완전군장으로 걷는 것이기 때문에 군용 배낭을 챙겨가야 한다. 하지만 배낭을 아무 이유없이 그냥 가지고 가겠는가? 만약 배낭을 매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시엔 그 안에 여러가지를 챙겨가야 한다.

 원칙은 - 배낭 앞에 있는 좌측 주머니에 상하의 내의와 단양말, 모양말, 화장지<주2>를, 우측주머니에는 세면가방과 수건을, 그리고 배낭의 가장 큰 주머니 안에는 동(춘추)내의와 전투복, 그 위에 전투화와 모포를 곱게 곱게 포개서 쑤셔넣어야(!) 한다.

지...진짜 무겁다 (c)동고동락_슭

이 뿐인가? 내용물을 모두 넣고 덮개와 덮개를 고정하는 끈 사이에는 우비를 끼운 뒤, 완전군장의 하이라이트! 야삽과 야삽 피(야삽 덮개)를 채우게 되면 - 그야말로 20kg가 넘어가는 간지작살 완전군장 룩(look)이 완성된다.

 약 5~6시간의 행군을 정상적으로 버티기 위한 최대 관건은 바로 이 배낭을 가급적 가볍게 만드는 것이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속을 최대한 가볍게 비워내야 하는데, 일단 분대장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손쉽게 신문지 같은 가벼우면서도 부피를 늘려주는 물건을 넣으면 된다. 하지만 훈련단 안에 신문이 있을 턱이 만무.<주3> 그래서 생각해 내는 게 깔깔이를 잔뜩 부풀려서 넣는 것이다. 또한 배낭을 짊어지게 되는 어깨에는 휴지나 수건을 덧대어놔 힘든 행군을 미리 대비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 할 수 없는 두 가지! 일단 야삽 자체가 너무 무겁고<주4> 배낭 자체는 더더욱 무겁다. 군용 배낭이기에 사회에서 매는 배낭과는 다르게 가방에 뼈대(?)가 있다. 그런데 이 뼈대가 마치 강철같이 단단해서 배낭 자체 무게에 상당이 일조(!)하고 있다. 





가슴이 두근두근

 필자의 경우 행군을 앞둔 기간이마침 워리어 위크 주간이었기에 행군에 필요한 군장품들을 배낭 안에 미리 넣어 둔 상태였다. 물론 매우 순진했던(?) 필자는 속의 내용물을 매뉴얼에 나온 그대로 모두 꽉꽉 채워서 워리어 위크동안 끙끙대며 다니곤 했다.<주5> 
 
 그리고... 드디어 행군 훈련의 날이 밝아왔다. 이제 조금 있으면 출발한다는 생각에 짐을 다시 점검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수통에 물을 가득가득 넣어두었다. 그리고는 생활관 앞에 대열을 이뤄 서서 각자 몸을 푼 뒤 대대장님의 격려사를 듣고 바로 출발!
 행군을 시작하기 전 훈련병에게는 각자 일정량의 간식이 배분된다. 간식은 절대로 미리 먹지 말라는 이야기를 분대장에게 듣지만, 견물생심이라 했던가. 자꾸만 주머니 속에 든 간식들이 "나 좀 빨리 먹어줘!'라고 속삭이는 듯 했다. 하지만 고도의 인내심(...)을 가지고 걷기 시작한 행군길.

나는 등속도운동.... 아니, 등속도 걸음을 걷고 싶다고!! (c)두산백과

 걸음을 옮기는 동안에는 행렬의 적당한 간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앞 대열이 조금만 느려지거나 빨라지면 뒤에서는 엄청난 격차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마치 고속도로의 차량 정체처럼 행군대열도 잠시 멈췄다가 뛰었다가, 또 갑자기 멈췄다가 뛰었다가를 반복하게 된다. 차라리 등속도운동처럼(?) 계속 걷기만 했으면 어쩌면 행군이 그리 힘들지 않을 수도 있는데... 계속 가다서다 걷다를 반복하니 더 체력소모가 심해지는 듯 했다.





...에서 불안감으로
 어느덧 훈련병이 이용하는 식당을 지나 화생방 훈련장을 가는 길에서 도중에 옆길로 빠지더니 사후장교후보생 숙소 뒷편으로 죽죽 걸어나가니 자그마한 철제 쪽문이 등장했다. 여기 까지 걸은게 한... 2km쯤 되려나? (실제로는 이보다 더 적은 거리일 수도.) 하지만 행군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워낙 주변에서 많이 들어서 긴장을 너무 했던 탓인지 몸이 벌써부터 천근만근 지치기 시작했다.

이러다 과연 내가 20km를 모두 다 걸을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주변의 동기들의 표정을 보니 왠지 필자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분대장들은 벌써부터 왜이리 쳐지냐며 불호령을 떨어뜨리는데.... 과연 무사히 해낼 수 있을까?



고된 행군, 더더더더 고된 행군 이야기!
다음 화 "첩첩산중" 편에서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주1> 물론 영외지역으로 나갔을 때 즈음이면 너무 힘들어서 말이 안나오긴 한다.

<주2>
넉넉히 2m 이상을 가져가야 한다는 내용이 병영생활 지침서에 쓰여있다.

<주3> 물론 종참을 가게 되면 신문을 볼 수 있지만 그 것을 들고 나올 수는 없다.


<주4>
 하지만 야삽을 뺄 수는 없다. 겉에 보이는 곳에 달아야 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주5> 괜히 잔머리 굴리다 혼나는 것 보다야... 이게 낫다!

<주6> 필자도 드디어 대한민국 공군 병사의 마지막 계급에 도달했다. 이제 공키피디아가 몇 화 남지 않았지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의 훈련단 생활이 조금이라도 추억으로 되살아날 수 있도록 열심히 글쓰도록
          하겠다. 마지막까지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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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티거

    으와우 병장 진급 축하드려요^_^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고 긴 병사계급........하....남은 7개월?6개월?도 화이팅입니다!!

    제 기억에 기훈단에서 행군은 어렵지 않은, 심지어 약간 재미도 있었던 훈련이었는데.. 물론 군장이 너무 무겁긴 했지만 산에 오르면서 간만에 후레쉬 에어도 마시고 주변 풍경도 감상하고..ㅋㅋ

    근데 본문에 나온 워리어 위크가 뭐지요..?

    2012.02.28 09:28 신고
  2. Goal-Oriented

    저도 08년도 5월 쯤인가 행군한다고 했을 때, 제 다리에 쥐가 나지 않을까 너무 힘들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지만....
    옆에 동기가 항상 격려해주고, 챙겨줌으로서 의미 있고 보람 있는 행군을 마쳤던 것이 제가 전역하고서 2년이 지나도 머릿속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2012.02.28 09:58 신고
    1. 공군 공감

      맞습니다.
      다음화에서 다룰 예정이지만, 행군과 - 그 속에서 일어나는 전우간의 추억들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2012.02.29 08: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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