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만 했습니다 4화] 돌아보면 나는 정말 전역만 했다. 

 


 한해가 지나간다. 전역한지도 이제 꽤 지났고 이제 더 이상 군인으로 보지 않는다. 거리에는 캐럴이 울려퍼지며, 연말 분위기로 가득하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다들 행복해 보인다. 다들 연인과 가족과 함께 다니는 것 같은데, 괜히 외롭다. 길거리에는 무슨 파충류 같이 생긴 사람도 여자친구가 있는데,  내 곁에는 아직 아무도 없다. 복학후 아리따운 여후배와 CC를 꿈었지만, 나에게 돌아온 것은 맥주 500CC밖에 없었다. 사랑은 순간이며 부질 없는 것, 순간의 쾌락에 눈을 돌리지 않는 현명한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무언가 쓸쓸해진다. 

 




어디를 둘러봐도 거리에 커플들만 가득하다.



 막상 전역을 하니  현실도 슬슬 눈에 들어온다. 늦은 나이에 입대를 한만큼 전역하고 이를 악물고 정말 바쁘게 살아왔다. 그만큼 용기를 가지고 지난 한해 열심히 달렸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지금 이 순간도 그 높이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인기 드라마에서 "평소대로 하면 되는거죠? 평소대로만.. 이대로만 하면 정직원이 되는거죠?"라고 외치지만, 나는 비정규직조차 어렵다. 그 많던 인턴은 누가 다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퇴근길에 시내를 나가면, 수많은 직장인들의 인파를 만난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내가 있을 자리는 없다. 나는 어디를 가고 있는 것일까? 돌아보면 나는 정말 전역만 했다.

 

 







 

시간이라는 화살은 얼마나 더 멀리 날아갈까.

 

예비역 병장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것이 '시간이 참 빨리간다'라는 말이다. 군복무중에는 6주에 한번씩 돌아오는 휴가가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었는데, 이제는 6개월이 정말 금방 가버린다. 군대에서는 일과후에 할 것이 없었다. 독서실, 운동,  BX 등 몇가지 옵션들이 존재하지만 선택지가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대하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업을 풀로 체우고, 거기에 통학시간과 과제를 더하면 남는시간도 얼마 없다. 거기에 친구들 약속에 자기계발에 몇가지를 더 하다 보면 철인이 되고도 모자를 스케줄이 탄생한다. 제대후 보람찬 한해를 보낸 이들도 많지만, 많은 이들이 특별히 한 것은 없지만 시간은 빨리 지나가버린 것을 이야기한다. 전역을 하면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물론 전역하고 우리에게 남은 시간들이 더 많고, 그 시간이 더 중요하고, 더 많은 가능성이 놓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의지'만을 가지고 달려들면, 정신없이 시간만 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다. 칼복학이나 일자리를 빨리 구하면 좀 다행이지만, 그것도 아니면 마치 휴가때 친구들 만나고 술을 마시고 하던 행동을 전역후 몇개월 동안 반복하는 케이스도 있다. 돌아보면 바쁘게 지냈지만 공허하다.

 

 




(예) 병장 이은표

712기 / 2여단


전역하고 돌아보면 정말 그래요.

정말 시간이 참 빨리가네요.

군대에선 그렇게 시간이 안가더니, 

사회에선 잡을 새도 없이 빨라 가버립니다.





 




다들 하나 같이 시간이 빠르다고 말을 한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


 전역후 성공한 이야기들도 많지만, 그건 재미없고 식상하다. 몇가지 이야기들은 벌써부터 예상도 된다. 그보다는 망한 이야기들을 살펴보면서 '이렇게 망하지는 말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년 이맘 때 완전 예쁜 아저씨들이랑 술만 꼴깍대기 전에 말이다. 지금 전역해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도 그렇고, 군복무를 성실하게 하고 있는 친구들도 그렇고 모두들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표일 것이다. 하지만, 다들 욕심이 앞서서 몸개그를 하고는 한다. A+에 목숨을 걸고 달려들다가 시험날 앓아 눕는 친구도 있고,  너무 많은 스케줄에 이도 저도 못하는 친구도 있고, 유럽 어디까지 가봤니?를 자신있게 외쳤지만 아직 인천공항 조차 못간 친구도 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라는 말을 하고 싶다. 사회에 나가면, 가능성도 많지만 그 만큼 변수들도 많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정말 빠르게 간다. 자신의 삶에 방향을 가지면서 욕심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엇을 하던, 무엇을 했던 자신의 인생이고 자신이 결정할 일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이것을 시작하면서 무엇을 버릴 수 있는지 한번 쯤 자신에게 물어봤으면 좋겠다. 포기하고 버릴 용기가 있을 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연습과 고민들을 하는 곳이 바로 군대이다. 

 

 

 





(예) 병장 윤종서

707기 / 제7 항공통신전대


군생활을 돌아보면 자기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는 사람이 많이 없다는 느낌이에요.

다들 반짝 타오르는 열정은 있지만 꾸준히 하는 모습은 부족해 보였습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솔직히 군대 나오면 뭐든지 다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하지만 군대에서 습관을 드려 놓지 않으면 입대하기 전이랑 똑같이 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군대에서 좋은 습관들을 확실히 들여서 나오시고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들을 꼭 얻어서 나오세요.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늘 확인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군대라는 분수령 앞에서.

 

군생활도 그렇고, 제대후 사회 생활도 그렇고 망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군대에서 혹은 전역을 하면서 부푼 꿈을 그리지만, 생각보다 많은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또래의 남자들에게 군복무는 마치 분수령과 같다.  다들 자신의 군생활을 미화하고 포장하고 의미있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신들은 성장하였다고 이야기를 하며 새로운 출발을 꿈꾼다. 하지만 솔직한 우리들의 모습을 마주하면 우리들은 아직도 외롭고, 어리고, 오만하고 나약한 모습이다. 전역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때와 신분과 복장만 바뀌었지, 아직도 완전한 나를 찾은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들 전역만 했을 뿐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그것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과 나아가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함께 던졌으면 좋겠다. 예비역에 한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입대를 하면서 함께 시작되는 질문이다. 지금 이 시간도 더 고민하고 생각하고 경험하면서 내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창밖을 바라보며 우리는 생각에 잠기고는 한다. 군 복무도 사회를 바라보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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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22기 2014.12.31 18: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대로 전역후 그 짬내(?) 씻어내려고 부랴부랴 복학, 졸업 먹은건 나이뿐 어느새 30살...

  2. 꿀꿀이 2015.01.02 02: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시간은 빨리가죠.. 전역하고 벌써 15년이네요...쩝...

  3. 야속한시간 2015.01.07 23: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벌써 700기 넘는 기수들이 전역을 했네요. 시간 참 빠릅니다. 전역하고 그리고 학교다니고 그리고 취업준비하고 그리고 첫직장 잡고나니 20대가 훌러덩 지나갔고 이제 올해 예비군 훈련 받으면 향방작계가 끝나네요. 얼마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는데 숙소에서 우연히 만난 20살 친구를 만나고 곧 입대한다는 말에 저의 과거가 생각나서 들러봤습니다. 11비 많이 바뀌어 있겠죠? 제가 전역하고나서 팬텀도 퇴역하고 영화촬영도 했었다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