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필요해] 속물이 되거나 잉여가 되거나

 

 사람들이 다이어리를 꺼내 보는 시간이 찾아왔다.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밝아보면 다들 1년간 지나왔던 시간들을 돌아보게 마련이다. 군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이들은 이제 군인의 신분으로 처음 맞이하는 새해가 될 것이고, 군 생활을 꽤 하신 분들은 이제 전역의 해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31일에 당직 같은 것을 선다면, 새해를 좀 더 남들과 다른 기분으로 맞이하게 될 것이다. 조금 운이 좋은 이들은 새해를 가족들과 연인과 보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각자 개개인에게 모두 다가오는 새해가 가지는 의미는 무거울 것이다. 그 의미만큼 자신이 돌아보는 2014년도 다를 것이다. 때로는 이렇게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앞만 보고 걸어가다 보면, 우리도 모르는 곳에 도착해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너무 앞만 바라보고 달리고는 한다. 군생활이라는 친구도 마치 시간이 멈춘듯이 정지해 있지만, 돌아보면 순식간에 많은 시간이 흘러가곤 한다.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걸어가기만 한다면 우리가 잃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새해에는 다들 '연애하기' 혹은 '금주하기'등의 계획을 세우지만, 점점 미루다가 정신을 차릴때는 어느 덧 여름까지 다가왔다. 연애는 자신을 속이고 주변 사람들과의 거리를 멀어지게 하며, 일의 집중도 못하게 한다. 반면에 술은 연애와 달리 자신만을 망치니, 원망하지 않는다고 합리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은 너무 많이 흘러버렸다. 연말에 우리가 지난 1년을 돌아보는 것 처럼 때로는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속물이 되거나 잉여가 되거

 

한 때 '잉여인간'이라는 유행어가 돌았었다. 말그대로 잉여적 존재로 쓸모가 없는 인간을 말한다. 흔히들 자신은 잉여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잉여는 하루하루를 음주가무에 빠져 지내는 한량 정도로 생각한다. 혹은 지갑은 항상 비어 있으나, 하드디스크는 항상 꽉 차 있으니 자신은 풍요롭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생각보다 잉여는 우리에게 가까이 있으며 우리 스스로가 그렇게 되기도 쉽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는 성과 중심의 경쟁사회로 변질되었으며, 그 결과 구성원들은 그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만 한다. 재산과 지위를 축적하기 위해 일생을 바치지만, 정적 본인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이라도 하면 다행이다.  패배하면 바로 잉여로 전락하고 만다. <속물과 잉여>에서는 경쟁에 가담하여 지위를 얻고자 노력했으나 실패한 자들 가운데서 승자가 되기를 유예하고 있는 존재를 잉여라고 보았다. 가장 핵심은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이다. 

 

 


속물: 체재 네에 포섭되어 축적하고 소비하는 주체다. 재산과 지위를 축적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다. 그러나 정작 자기 주체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없다. 잉여: 속물 대열에 가담하여 속물 지위를 얻고자 노력했으나 실패한 자들 가운데 속물 되기를 유예하고 있는 존재들이다

  - 김수환 외 4명, <속물과 잉여 1> 


 삶은 곧 이해득실의 문제가 되었고, 사람들은 사랑이나 우정 같은 일에서도 자그만한 손해를 못 견디며 몸을 파르르 떠는 호모-이코노미쿠스가 되어갔다.

  - 최태섭, <잉여사회> 

 
















지금부터 질문을 시작한다.


 

 성찰 없이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잉여나 속물이 되고 만다. 대한민국 남성에게 군복무는 분수령과 같다. 군입대를 계기로 대학교에선 저학번과 고학번으로 분류되는 것을 느끼며, 사회에서도 더 이상 '아이'로 취급하지는 않는다. 자신 스스로 군대는 무언가 관문과 같다. 군복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느끼고 변화하는 자신을 크게 느낀다.  군복무도 늘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여태까지 성찰하고 반성하는 연습이 되지 않았으면, 군대는 그 연습을 하기 충분한 시간이다. 우리에겐 6주마다 주어지는 휴가가 있다. 군대라는 조직은 최단 시간 동안 조직 최하위에서 최상위까지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6주에 한번씩 휴가를 다녀오면 자신의 위치의 변화를 깨닫게 된다. 약 17번의 휴가를 나가다 보면 어느 덧 진급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군생활에 점차 익숙해지는 자신도 깨달을 수 있다. 그러한 변화를 발견하고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 성찰이 필요하다. 사회에 나아가 살아가기 전 재정비를 하는 시간과 자신을 되돌아 보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시간은 필수적이다. 인문학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유명한 학자들의 어려운 말을 떠들어 대는 것이 인문학의 본질은 아니다. 자신에 대해서 진실하게 질문하고 돌아볼 줄 아는 것이 인문학의 시작이다. 우리에게 성찰이 있고 질문이 있을 때 우리는 잉여에서 비로서 벗어날 수 있다.  

 





인간의 자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면서 자신을 새로운 주체로 변형시킬 수 있는' 데서 찾아야만 한다. 물론 이러한 능동적 창조의 과정에는 타자와의 마주침이라는 불가피한 단서가 붙는다.

  - 강신주, <철학VS철학> 


늘 밖으로, 대상으로 행하는 과학과 달리 인문학은 안으로, 자기 자신으로 향하는 반성적 학문이다. 인문학은 주변 세계와 관련하여 자기를 인식함으로써 자기완성을 추구하는 학문이다. 

  - 강양구 외 7명, <싸우는 인문학> 

 







 우리가 어디로 달려가는지 알기 위해선 어머니와 같은 가이드가 필요하며, 그 가이드가 바로 자기 성찰이다. 









 





 

살아남아야 한다, 그것도 잘 살아남아야 한다. 



 

 우리가 군대에서 배우는 가장 큰 기술은 바로 '살아남기'이다.  가족과 연인과 떨어져서 낯설은 곳에서 적응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스트레스이다.  훈련소는 말할 것도 없고,  자대에 전입한 첫날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각자 자신의 방법이나 성향에 따라 적응을 하고 , 때로는 사회보다 군대를 더 편하게 느끼는 사람도 생기게 된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쟁사회에서도 핵심은 '살아남기'이다.  별로 하는 것 없이도 숨은 계속 쉴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야망이나 꿈을 꾼다면 치열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다수가 성공할 확률보다 망할 확률이 높다. 우리의 힘으로는 쉽게 세상을 바꿀 수도 없고, 우리의 소멸도 자본주의에서 큰 의미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 그렇다면 생존해야 하며  나아가  '잘' 살아남아야 한다.  내 주변과 내가 걸어갈 길을 똑바로 바로 기억하고, 반성하고, 성찰하며 인간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러한 질문의 시작과 연습이 군대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군복무는 우리의 가장 젋은 날의 일부이다. 그만큼  우리의 가능성들이 충만한 시간이다. 이러한 시간 동안 우리의 모습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성찰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우리의 삶은 좀 더 나아질 것이다. 





인생이 무대라면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춤을 춰야 한다. 








속물과 잉여와 관련된 콘텐츠들

김수환 외 4명. 2013. <속물과 잉여 1> 지식공작소.
최태섭. 2013. <잉여사회> 웅진지식하우스.
강신주. 2010. <철학VS철학> 그린비.
강양구 외 7명. 2011. <싸우는 인문학> 반비.
한병철. 2012. <피로사회> 문학과지성사.
주창윤. 2013. <허기사회>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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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퐁퐁 2015.01.09 11: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역하고도 종종 들리는 공감인데.. 즐겨 읽던 글이 있네요 :)

  2. 홍색 2015.05.21 19: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월에 전역한 이후로 못봤는데 오랜만에 공감에들어왔더니 이렇게 힐링이필요해가...똭..
    항상느끼는거지만 하나하나 주옥같은 글이네요... 전역하고 사회에서 읽어도 정말 공감되는 좋은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