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주의 기본군사훈련을 무사히 끝내고, 4주의 정훈 특기 교육을 마쳤다. 그리고 드디어 2009년 8월 3일, 본격적으로 공군본부 정훈공보실 문화홍보과로 배속되어 공군 디자인 장교로 복무를 하기 시작했다.

1화에서 언급했듯이 이 자리가 6만여명의 공군장병 중 유일한 디자인 전문 장교의 자리지만, 필자가 첫번째 디자인 장교는 아니었는데, 필자가 배속받기 바로 한 달 전까지 사후 116기 이영원 예비역 중위가 이 자리에서 복무하고 있었다.
차후에 별도의 기회를 통해 그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겠지만, 이번 화에서 간단히 언급하면 이영원 예비역 중위는 Rainbow Project, Soaring Eagle Project 등 공군의 주요 캠페인 디자인을 선도했고, 공감 웹진을 운영하면서 디자인·영상·라디오 등 각종 분야에서 활약한 장교였다. 아마 2006년~2009년 사이에 공군에서 복무했던 사람이라면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지 궁금하신 분은 인터넷 검색창에 ‘세쌍둥이 노바디’라고 검색하면 댄스 영상이 하나 나오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이영원 중위이다. 
이렇게 많은 활약을 하고 전역한 선임을 둔 복(?)으로 본부 생활을 시작하고 약 3개월정도는 필자의 이름을 말하는 것보다 웹진팀의 이영원 중위 후임이라고 소개하는 것이 사람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본부로 배속받기 전에 16주의 기본군사훈련과 4주간의 특기교육을 받았지만, 아직 F-15K와 KF-16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던 필자가 처음 맡은 일은 바로 훈련용 전의고양포스터 디자인이였다.
이 때 훈련과정을 거치면서 약 5달정도 디자인은 커녕 포토샵도 만져보지 못 했는데, 당연히 필자의 디자인 감각은 상당히 떨어져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에게 주어진 시간도 약 3일 정도에 불과했던 것 같다. 다만 파일 생성 날짜를 확인해보면 처음 작업 폴더를 만든 날짜가 11일이었고 최종 파일이 12일이었으니 실제 작업은 약 이틀 사이에 이루어진 것 같기도 하다.
전에 있던 선임 장교로부터 군대의 디자인 작업은 날짜가 매우 촉박하게 이루어진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게다가 아직 공군의 디자인 방향에 대해서도 잘 모르던 필자는 많은 압박을 받았었다. 그렇다고 갓 부임한 소위가 잘 모르겠다고, 날짜가 너무 촉박하다고 할 수도 없었다. 결국 어떻게든 출구를 찾아야했는데, 다행히 선임이 있었다는 것은 기존 작품이 있다는 것. 2008년 훈련 포스터를 보니 대략 공군이 원하는 디자인 방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물론 그 방향이 맞는지는 실제로 작업을 하고 통과를 해야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필자가 선택한 디자인 방법은 슬로건에 맞는 사진을 최대한 활용하고 타이포로 주제를 강조하는 것이었다.


포스터의 크기는 가로 120cm, 세로 180cm였는데, 학생때는 A1 크기의 포스터정도를 만들어왔기에 은근히 큰 크기로 느껴졌다. 또한 추가로 발생했던 문제는 그동안 포스터를 만들 때 들어가는 이미지 해상도가 300dpi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온 것인데, 포스터를 만들면서 공군에서 보유하지 않은 자료들 중 인터넷에서 구해야하는 이미지 자료들은 대부분 72dpi였고, 게다가 이미지 크기 역시 가로 800px조차 안 되는 자료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이 자료들을 꼭 써야하는 상황이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 생각난 것은 대학교 3학년 때쯤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담당 교수님이 A4를 넘어가는 포스터를 제작할 때는 dpi가 큰 의미는 없고 파일 용량이 어느정도가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이 말은 필자는 아무리 포스터가 커도 보는 사람들이 코앞에서 보진 않을 것이니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포스터를 봤을 때 이미지가 깨지지 않을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최종적으로 출력을 했을 때 이 생각이 적절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디자인 작업은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작업 과정 중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 때도 역시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다. 아무래도 작업하는 포스터가 훈련용 전의고양포스터이기에 북한 이미지 자료들을 실을 수 밖에 없었다. 북한 이미지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거의 없기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북한, 김정일 등 관련 단어들을 검색해서 이미지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 이 때 갑자기 보안 부서에서 전화가 온 것이었다. ‘대체 무슨 일일까’ 하며 전화를 받았더니 대뜸 하는 말이 왜 인터넷에 저런 단어들을 검색했냐는 것이다. 아마 해당 부서에는 인터넷을 통해 저런 검색을 하는 것이 보안 상 문제가 된다고 생각을 했겠지만, 교육과정을 전부 생각해봐도 구글에 북한을 검색하지 말라는 얘기는 처음 들어봤기에 살짝 황당했었다.
물론 어차피 필자가 다른 목적을 가진 것도 아니니, 정훈공보실 소속인데 훈련용 전의고양포스터를 만들기 위해서 검색했다고 하니 별 다른 말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겪고나서 만들어진 것이 아래 포스터인데, 이 포스터는 다른 포스터를 작업할 때보다도 필자도 신이 나서 열심히 합성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퀄리티도 괜찮게 나왔고, 훈련시작과 함께 간부 식당에 게재가 되었는데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고(요즘말로 하면 ‘빵’ 터졌다고) 한다.  다른 포스터들도 무난하게 게재되었고 이렇게 첫번째 디자인 작업을 무사히 완료 할 수 있었다.


입대 후 첫번째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느낀 것은, 입대하기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군에서 요구하는 디자인 수준이 높다는 것과 일정을 상당히 촉박하게 준다는 것이었다. 이런 프로세스를 고치지 않으면 선임 장교가 그랬던 것처럼 필자도 언젠가는 보고 중에 갑자기 코피를 터트리며 이름을 날리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고, 이는 차후 디자인 의뢰를 수행하면서 스케줄을 조정하는데 참고가 되었다.

- 2화 끝 -


--------------------------------------------------------------------------

손청진 중위 공군본부 정훈공보실 문화홍보과 그래픽 디자인 담당
한동대학교 산업정보디자인학부를 졸업하고 2009년 8월부터 공군본부에서 웹진/블로그/홍보물/교육자료 등 각종 공군의 디자인을 생산해내고 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아이엠피터 2012.03.09 08: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보다 더 효과적인 정훈 방법을 요구하니 더 힘들 수 있겠지만
    좋은 디자인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사회보다 더 스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2. 티거 2012.03.09 09: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번 포스팅부터 폰에서는 이상하게 보이네요 ㅠㅠ

  3. 사랑극장 2012.03.09 14: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님 안녕하세요. 잘 보고 갑니다.

  4. AM 2012.03.09 18: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디자인과 학생이라 흥미진진하게 정독하고있습니다.
    다음화도 기대하겠습니다^^

  5. nelson 2012.03.16 02: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아이팟터치로보고있는데 오른쪽이 잘려서 나와서 볼수가 없네요 운영자님 확인 부탁드립니다 보고싶은데 볼 수가 없습니다

  6. 블랙이글스 2012.03.18 18: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손중위님 이야기이군요 ㅎㅎㅎ

  7. Blackberry unlock 2016.03.23 23: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른쪽이 잘려서 나와서 볼수가 없네요 운영자님 확인 부탁드립니다 보고싶은데 볼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