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영국할아버지의 한국전참전 이야기


"싱가폴에서 출발하여 부산까지 비행기로 꼬박 72시간이 걸렸었죠."


데니스 그로간(Denis Grogan, 81세)는 깊은 숨을 내쉬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새벽 4시경이었을거에요. 파병 지원자들을 이끌던 육군 소령이 착륙전 제게 전투복을 건네더군요."


"'이제부터는 육군전투병처럼 행동해라. 공군정비사로서의 임무는 두번째다.'라는 지시를 듣고 곧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사진] 데니스 그로간(Denis Grogan, 81세) 영국인 한국전참전용사



60여년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듯했다. 천천하지만 다소 상기된 음성이었다.


"첫인상은… 다소 충격적이었죠. 수송기에서 바로 내렸을때 큰 건물이 앞에있었는데,

 피폭으로 인해 건물의 유리창이 하나 없이 처참한 모습이더라구요.

 싱가폴에서 2년반동안 근무 할 때는, 클럽에도 자주 놀러가고 기지 수영장에서 여유를 부리곤 했었는데.."




[사진] 한국전쟁당시 피폭당한 현 광화문 일대의 모습 (출처:위키피디아)




어린아이와 같이 수줍은 미소를 짓는 할아버지,


"내가 여길 왜 자원해서 왔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총소리가 빗발치는 길을 군용 트럭을 타고 이동하는 길에 처음으로 후회했다고 했다.


"당시에 제가 주둔했던 임진강주변을 비롯해서, 전지역에서 나무를 찾아보기가 힘들었어요. 산은 많은데 허허벌판이었죠."




[사진] 한국전쟁 후반부,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었던 임진강변 (출처:documentingreality.com)



데니스 그로간(Denis Grogan, 81세)할아버지는 1951년 영국공군 정비사로서 한국전에 참여했던 참전용사이다.


당시 영국공군은 2대의 정찰기를 파견하여 육군의 작전을 지원하였고, 데니스씨는 정찰기 정비사로서 참전했다.





[사진] 한국전쟁당시 영국공군이 사용하였던 정찰기 Auster AOP.9 

육군의 포격임무에 대한 표적설정 및 정찰지원임무를 수행하였다. (출처:warbirdalley.com)



"덜컹거리는 트럭을 타고 한참을 이동해서, 당시 최전방이었던 임진강변 주둔지에 도착했었습니다. 나무라곤 찾아볼 수 도없고, 온통지뢰 밭인 폐허같은 벌판이었죠. 그때 제가 배정받은 텐트에 먼저 살고있던 병사들이 인사를 건네군요."


"Welcome home Danis!(집에 온걸 환영해 데니스!)"


그때는 지옥같기만 했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정말 제2의 고향이자 집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데니스 그로간씨는 영국 중부지방 글로스터(Gloucester)라는 도시에 살고 있다. 

지금은 퇴역후 한국전파병용사 모임에 회장으로서 매달 모임을 주관하고,

지역사회기부/한국방문행사 등 각종 활동도 하고있다.




[사진] 글로스터 지역 한국전참전용사 모임을 인도하는 그로간씨의 모습(위)와 모임의 전체모습(아래)




한국전쟁당시, 글로스터 지역의 많은 젊은이들이 임진강 전투로 참전을했었다.


당시의 기록과 유품등을 모아 마을에 아담한 전쟁기념관이 세워졌다.  




[사진] 글로스터 전쟁기념관






[사진] 글로스터 전쟁기념관 내 한국전 관련 전시장





[사진] 전시장을 둘러보는 데니스씨(우)와 토마스씨(좌)



임진전투 당시 육군병사로 참전했던 토마스(81세)씨는 아직도 당시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총알날리는 소리와 시체 썩은 냄새가 가득했지요. 피폭으로인해 모든산이 벌거숭이였구요. 정말 참혹한 땅이었습니다."


토마스씨는 1945년 육군병사로 입대, 1950년 9월에 사우스 햄튼(South Hampton)에서 부산으로 자원하여 참전하게되었다고 한다.


"그해 크리스마스면 전쟁이 끝날 것이라 다들 생각했었어요. 유엔군이 압록강 두만강까지 진출을 했었으니깐요."

 

"헌데.. 중공군이 투입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죠."


토마스씨는 당시 임진전투에 참가했다가 중공군 포로수용소에 잡혀가기도 했었다.



[사진] 한국전쟁당시 영국군의 내무생활, 매일아침 사진과 같이 침대 및 관물함을 정리했다고 한다.




당시의 이야기를 나누던 두사람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사진] 토마스(Thomas, 81세) 영국인 한국전참전용사




"대한민국 공군 블랙이글스의 공연은 믿을 수가 없었어요. 불과 60여년전엔 완전히 폐허였는데..."


"이제는 스스로 제작한 전투기로, 이렇게 훌륭한 에어쇼를 선보이다니요!"



지난 7월 8일, 리아트(RIAT : Royal International Air Tatoo)에 참석,


 블랙이글스의 에어쇼를 관람한 두 노병은 다시 한 번 눈시울을 적셨다.




[사진] 영국 Fairford에서 열리는 최대 군사에어쇼, RIAT에 참석하여 

블랙이글스의 공연을 관람 중인 참전용사 토마스(좌) 와 데니스(우) 





"제가 젊음을 바쳐 싸웠던 땅, 대한민국의 사람들은 정말 훌륭합니다."



-----------------------------------------------------------------------------


오늘 7월 27일은 한국전쟁 휴전 59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60여년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머나먼 타지에서 찾아와 피흘려준 UN참전국 용사들..


그들의 목숨과 젊음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의 눈부신 성장과 행복한 삶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아 그때를 기억하지만, 

전쟁 중에 죽음을 맞이했던 전우들에겐 참으로 미안한 마음 뿐 입니다."


 


 

 

한국전쟁당시 영국은 미국 다음 2번째로 많은 1만 4천 2백여명의 병력을 파병하였으며,

 

그 중  1078명이 죽고, 2674명이 다쳤으며 179명이 실종되었습니다.

 

 


 

우리나라를 위해 값진 목숨을 아낌없이 내어준,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기리는


뜻깊은 하루, 공감 독자 여러분들 가지시기 바랍니다.




[사진]부산 UN기념공원 내 '무명용사의 묘'


 글/사진 : 중위 김경신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라이너스™ 2012.07.27 08: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갑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2. 박개코 2012.07.27 10: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매일 나라를 지키는 국군장병들 덕분에 두다리 쭉 뻗고잡니다 =)
    오늘 뜻깊은 하루를 보내야 할것만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3. qtrqarqqd 2012.07.27 1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한민국 훌륭하다는 부분에서 소름돋네요.. 저분들같은 UN군들이 없었으면;;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4. 무지개 2012.08.14 09: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이 있기까지 고귀한 생명을 이땅에 바친 참전국과 용사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 잊지 말고 ~~ 자녀와 후손들에게 상기 시킵시다 ^^^
    정말로 고맙습니다.

  5. 곰돌 2014.01.16 09: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감사해야 할 분들입니다. 잊지말고 보답해야 당연합니다.